'월가의 신화' 존 템플턴 경이 8일 별세했다. 향년 95세다. 세계 투자 역사의 한 획을 그었던 그가 세상을 뜨던 날 글로벌 증시는 암울한 기운에 내리눌리고 있었다.
세계경제를 뒤덮은 인플레이션 공포와 미국의 신용경색 소식에 한국도 지수가 한때 4% 넘게 떨어지기도 했다. 이런 때에 템플턴의 부고는 때마침 보석 같은 그의 금언들을 떠올리게 한다.
그는 오일쇼크나 대공황 등으로 주가가 폭락했을 때 과감하게 투자했다. 모두가 비관론에 젖어 있던 82년과 90년에 다우지수 3000, 6000을 각각 정확히 예언했다.
당시 어리석은 짓이라고 비난받았지만 전후국가 일본에 투자해 놀라운 수익을 올려 글로벌펀드의 시초가 되었다.
증시의 암흑기가 찾아오는 지금 기억나는 그의 말이 있다.
"'잘못된 질문: 전망이 좋은 곳은 어디인가?'"
"'올바른 질문: 전망이 최악인 곳은 어디인가?'"
95년 포브스지 표지에 실려 있던 템플턴의 말이다. 그는 "비관론이 극도에 달할 때 주식을 사라"고 말했다.
◆ 시황에 관심 없는 가치투자…'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과 닮은꼴
= 또 다른 투자의 전설인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과 템플턴이 닮은꼴이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단 두 사람은 모두 시황에 신경 쓰지 않는 가치투자를 주장한다.
하루 이틀 주가가 오르내리는 것을 신경 쓰지 않는다. 그래서 매일 매일 육박전이 벌어지는 뉴욕 월스트리트에 살지 않는다.
각각 '네브래스카 촌구석 오마하(버핏)'와 '바닷가 마을 카리브해 바하마(템플턴)'라는 영 멀리 떨어진 곳에서 투자를 해왔다.
템플턴은 항상 '군중심리를 조심하라'면서 '패닉과 버블 모두 그들로부터 떨어져 있어야 경계할 수 있다'고 말해왔다.
또 이 둘의 투자는 값이 싼 주식을 사서 오래 갖고 있다가 판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야말로 '가치투자'다.
다른 점이라면 템플턴은 시장 전체가 패닉에 빠졌거나 바닥을 칠 때 상대적으로 싼 주식을 긁어모으는 반면, 버핏은 한 개의 기업이나 업종을 냉철히 분석해 미래에 거둘 큰 수익을 예견해 투자하는 방식이다.
박종규 현대인베트스트먼트 대표는 "두 사람 모두 그야말로 투자의 정석을 실천하는 것"이라며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이 없는 개인투자자들에게는 버핏보다 템플턴의 투자방식을 따라하는 것이 더 쉽다"고 말했다. 비관론이 나올 때 투자하고 낙관론이 나올 때 팔면 된다는 말이다.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억만장자들이면서도 소탈한 생활을 하는 것도 비슷하다.
체리코크와 햄버거를 먹는 버핏과 젊었을 적 200달러 이상의 차를 산 적이 없다는 템플턴이 통하는 점이다. 지구에서 가장 기부를 많이 하는 사람인 버핏과 '템플턴상'을 만들어 지구에 사랑과 평화를 전달하려 했던 템플턴의 모습도 비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