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이 있었소

2020. 10. 12. 09:08

모진 바람에도

쓰러지지 않은 이유가

움켜쥔 뿌리 때문만이 아니란 걸

알아버렸소


흔들리며 넘어가려던

그대의 뿌리를 부둥켜안고

숨도 쉬지 않고 깍지를 풀지 않았던 뜨거운 잇몸


세상에 수많은 나무들이

다시 늠름하게 푸른 아침

고요히 상처 난 뿌리에 입맞추며

깍지를 푸는 흙이 있었소



- 고창영의 시〈비밀〉(전문)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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