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 한꺼번에 울다
2021. 11. 13. 08:26
예측한 일이지만,
무르익은 갈바람이 불어오자
흠뻑 눈물 머금은 잎들은 밤내 울어버린 것이다.
눈으로만 운 게 아니라 가슴으로 팔다리로 발바닥까지
온몸으로 울긋불긋한 빛깔을 흘린 것이다. 맹물로만
운 게 아니라 소금의 짠맛도 산새의 구슬픈 노래도
아래로 아래로 지는 바람도 함께 버무려 기나긴
골짜기를 타고 우수수 몸부림치며 흐른 것이다.
사람들은 그것이 아름답다고 벌떼같이 산으로
모여드는 것이다. 단풍들은 그것이 미안하고
미안하고 또 미안했던 것이다. 그래서
잎들은 해마다 가을이면 한꺼번에
울어버리는 것이다.
- 방우달의《고쳐 쓴 어느새》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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