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사람의 냄새

2018. 4. 2. 09:10

냄새는 힘이 세. 

그리운 사람의 체취가 

꼭 향기롭기 때문에 기억의 가장자리를 

맴도는 것이 아니야. 퇴근하고 바로 만난 뒤의 

은은한 땀 냄새, 목덜미의 우묵한 곳에서 풍기는 

달짝지근한 살 냄새, 당신이 베고 잔 베개의 냄새. 

그 냄새들에 우리는 중독되지. 코끝에서 되살아난 

냄새에 우리는 행복해졌다가 절망스러워지기를 

반복해. 색채와 음성이 모두 닳아서 없어져도, 

냄새는 끝까지 남는 기억이거든. 



- 탁재형의《비가 오지 않으면 좋겠어》중에서 -  


텍사스양 고도원의 아침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