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山寺)를 찾는 이유

2020. 6. 23. 09:14

여름 한철을

산사에서 보낸 적이 있다.

나는 산사의 새벽을 특별히 좋아했다.

새벽이면 빛이 창호지에 번져서 엷게 퍼져나가듯이

내 마음에도 결 고운 평화가 스며들었다. 풀과 나무들이

어둠 속의 침묵을 서서히 빠져나오면서 뱉어내는

초록의 숨결. 산사의 새벽은 늘 그 기운으로

충만했다. 일어나자마자 방문을 여는 것이

하루의 시작이었다. 문을 열면 방 안은

금세 초록의 숨결로 가득 찼다.



- 신영길의《기억의 숲을 거닐다》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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