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와 보는 방

2016. 3. 14. 09:15


세상으로부터 돌아오듯이 
이제 내 좁은 방에 돌아와 불을 끄옵니다.
불을 켜 두는 것은 너무나 괴로운 일이옵니다.

비를 맞고 오던 길이 그대로 
비 속에 젖어 있사옵니다.

하루의 울분을 씻을 바 없어 
가만히 눈을 감으면
마음속으로 흐르는 소리
이제, 사상(思想)이 
능금처럼 저절로 익어 가옵니다.


- 윤동주 시집《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 실린 

                 시 <돌아와 보는 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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