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원의 아침편지
아플 땐 흰죽이다
텍사스양
2017. 11. 6. 09:14
깜깜한 세상을 더듬거리며
혼자서 헤쳐 나가야 하는 하루,
손가락 까딱할 수 없을 만큼 귀찮고
피곤한 하루, 먹을 것 하나 없이 텅텅 빈
냉장고처럼 배고픈 하루, 밥알 하나 씹어
삼키는 일도 죽을 것처럼 힘든 하루. 그런 하루,
나에겐 흰죽이다. 아무 맛도 아무 반찬도
곁들이지 않은 오직 흰죽.
아플 땐 흰죽이다.
- 고수리의《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