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원의 아침편지

역사의 물줄기

텍사스양 2017. 3. 13. 09:11


배를 띄워주는 것은 물이었고 

배를 나아가게 하는 것도 물이었다. 

배는 생선과도 같고 사람의 몸과도 같다. 

물속을 긁어서 밀쳐내야 나아갈 수 있지만, 

물이 밀어주어야만 물을 따라 나아갈 수 있다. 

싸움은 세상과 맞서는 몸의 일이다. 몸이 물에 

포개져야만 나아가고 물러서고 돌아서고 펼치고 

오므릴 수가 있고, 몸이 칼에 포개져야만 베고 

찌를 수가 있다. 배와 몸과 칼과 생선이 

다르지 않다. 



- 김훈의《칼의 노래》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