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가지 않은 길

2019. 3. 7. 13:14

남이섬은 오늘이 좋다. 

관광객들에게 지금 준비 중이니 

다음에 오시라고 할 수는 없다. 이것은 

관광지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숙명 아닌가. 

내일 오는 사람이 있으니 내일은 또 새로워져야 한다. 

한 가지가 좋다고 보존만 한다면 유적지가 되지 않겠는가. 

설레는 봄, 싱그러운 여름, 시가 되는 가을 단풍도 좋지만 

호텔 정관루에서 하룻밤을 보낸 새벽, 소복이 쌓인 눈을 

가지에 받치고 있는 잣나무 앞에서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다. 그 새벽은 모두 나의 것이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 

내가 갈 수 있다. 



- 전명준의《볼펜 그림 남이섬》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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