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를 널어놓는 저녁에

2019. 2. 20. 09:31

빨래를 널어놓는 저녁이면 생각했다

이 옥상에 대체 몇 개의 

우주가 숨 쉬고 있을지


우리가 수건을 나눠 쓰는 사이라는 것이

나의 유일한 자랑


나란히 걷고 있는 빨랫줄에 수건을 펼친다

어제의 네 얼굴을 널어놓고

오늘 아침의 내 얼굴도

서로의 숨에서 어떤 향이 나는지

말할 수 있을 만큼 가까이 



- 배성연 외의《무누무낙》에 실린 시〈옥상 평행 이론〉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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