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수염

2018. 6. 5. 09:15

생과 사의 

그 어디쯤에서 끝내 

삶으로 끌어오지 못했던 

환자들의 마지막 면도를 준비할 때면 

늘 아버지의 모습이 겹치곤 했다. 아버지처럼 

수염으로 뒤덮인 그들의 얼굴을 아주 오래도록 

정성을 다해 면도해주었다. 어릴 적 어느 아침, 

면도하는 아버지를 잠이 덜 깬 눈으로 

신기하게 바라보다가 물어보았다. 

"아빠 뭐해?"

"뭐하긴, 면도하지."

"면도는 왜 해?"

"수염은 사람을 초라하게 만들거든." 



- 김현아의《나는 간호사, 사람입니다》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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