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집 고갯마루

2010. 2. 12. 09:06
고향을 떠나는 사람이나 
고달픈 객지를 말똥처럼 구르며 떠돌다
고향으로 돌아온 상처 입은 영혼을 가진 사람이 
갓길로 비켜나 땀을 들이며 숨을 고르던 곳. 
옷 보퉁이 하나 달랑 가슴에 안고 먼 타관으로 
시집가던 누나가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멈추어 서서 흐느끼던 장소.

우리의 어린 시절의 
정서를 세척시켜주었던 고갯마루가 
그러나 지금은 흔적도 없이 없어지고 말았다.


- 김주영의《젖은 신발》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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